생로병사生老病死.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생, 로, 사. 이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것이지만 사실 병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피할 수 없으리라 여겼던 병이지만 사람들은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피할 수도, 벗어날 수도 있음을 알지 못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인해 고통받습니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고 병원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병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사라지는 것일까요?
외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은 그 원인이 육체를 넘어선 곳에 있습니다. 육체 자체가 아닌 그 너머 인간의 보이지 않는 내면체內面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몸에 나타난 증상에만 의존하여 치료한다면 그것은 물을 받으려고 하는데 수원지가 고갈되었거나 수도관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지 못하고 수도꼭지만을 두드리며 물을 받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병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해야 병을 근원적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요?
먼저 병의 원인이 되는 인간의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 알아야 하겠습니다.
인간은 단순한 육체적 존재만이 아닙니다. 불굴의 의지와 용기, 슬기로운 지혜, 불후의 명작을 만드는 예술가의 번뜩이는 영감과 같은 뛰어난 정신 활동에는 단순히 전기적인 신호와 생화학적 작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무언가가 바로 보이지 않는 영혼과 마음의 작용입니다.
인간은 육체 외에 보이지 않는 영혼과 마음을 지니고 있는 복합적 존재입니다. 영혼과 육체와 마음, 이 세 가지 요소를 옛 선인들은 사람이 지닌 하늘·땅·사람, 즉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라 하였습니다.
대우주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라는 천지인 삼재로 이루어졌듯이 소우주인 인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이 지닌 하늘이란 인간의 내면에 깃들어있는 영혼을 말합니다. 영혼은 인간의 진정한 본체로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초월적인 빛으로 존재합니다.
인간이 지닌 하늘이 영혼이라면 인간이 지닌 땅은 그 영혼을 담고 있는 육체를 의미합니다. 영혼은 비물질로써 초월적인 빛으로 존재하기에, 물질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질로 이루어진 도구로서의 몸체를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영혼의 옷, 그것이 육체입니다.
인간이 지닌 천·지·인
사람이 태어날 때 하늘에서 온 빛의 영혼이 육신을 입게 되면 서로 다른 극성을 띤 영혼과 육신은 서로 부딪치게 됩니다. 상극이 만나면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치 때문입니다. 이때 삼태극의 가운데 띠 부분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마음입니다.
영혼과 마음, 육체. 이를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자동차 차체는 육체에 해당하며 영혼은 자동차의 설계도에 해당합니다. 자동차가 설계도대로 만들어지고 설계된 의도에 따라 움직이고 기능하듯이 인간 역시 영혼이라는 설계도에 따라 만들어지고 기능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자동차와 인간의 비교
하지만 자동차는 운전자 없이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인간의 마음 역시 이 운전자와 같습니다. 육체는 이 마음이라는 운전자를 통해서만 비로소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이렇듯 인간은 영혼과 마음, 육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 그에 따른 몸체를 지니고 있습니다. 보이는 육체 외에 영체靈體와 유체幽體는 각기 영혼과 마음에 해당하는 인간의 보이지 않는 몸체입니다.
사람이 죽기 직전 빠져나간다는 혼불이나 간혹 사람의 눈에 띄는 유령의 존재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몸체의 간접적인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영혼의 체體인 영체와 마음의 체인 유체, 물질적 체인 육체의 세 가지 체로 이루어졌다.
인간은 이처럼 육체 외에도 영혼과 마음이라는 보이지 않는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육체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영혼과 마음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영혼은 인간을 자연의 법칙대로 살도록 만드는 일종의 설계도입니다. 본래 인간은 영혼이라는 설계도에 따라 삶을 살아가도록 되어있습니다.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인간은 ‘영혼 → 마음 → 육체’로 흐르는 질서를 따름으로써 건강하게 살도록 창조되었습니다. 그것이 인간이 지닌 내면의 질서입니다. 영혼이라는 설계도에 따라 마음이 움직이고 이에 몸이 따라준다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창조주의 사전에는 본래 병이란 없었습니다.
영혼에 마음이 따르고 마음은 육체를 움직인다
본래 대부분의 병은 이러한 인간의 보이지 않는 부분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옛 선인들은 외상을 제외한 만병의 근원이 마음에서 비롯됨을 말하여 왔습니다. 이는 영혼과 마음, 육체 중 마음만이 인간의 의지에 따라 쉽게 바꿀 수 있으면서 영혼과 육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면에 질서를 거스르는 마음의 작용, 잘못된 마음의 상태가 바로 병의 근원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음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마음을 통해 건강과 병이 나타나게 되는 것일까요?
영혼과 육체는 음과 양입니다. 영혼은 순수한 비물질적 실체인 반면 육체는 물질적 속성을 띠고 있기에 상호 간에 바로 통하지 못합니다. 때문에 영혼과 육체의 양극을 연결해 주는 ‘중간자’로서의 역할을 마음이 하게 됩니다. 영혼은 마음이라는 매개자를 둠으로써 육체를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을 통하지 않고는 영혼의 의지를 육체에 전달할 길이 없으며 육체의 작용을 영혼의 의지에 부응하도록 조화할 길이 없습니다.
마음은 영혼과 육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 삶의 기간 동안 주인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육체는 본능本能을, 영혼은 본성本性을 따르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이 둘 사이의 갈등을 조절하여 본성에 따르도록 하는 것, 그것이 마음의 역할입니다.
형체는 없지만 마음은 영혼과 육체 사이의 중심자리인 까닭에 동양에서는 마음을 중앙 ‘토土’로 보았습니다.
중앙 ‘토土’는 중심입니다.
돌아가는 팽이의 중심은 움직임이 없습니다. 중심을 잃은 팽이가 머지않아 주저앉듯, 마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지나치게 자기주장을 하거나 강화될 때, 중심을 잃은 인간 역시 궤도를 잃고 주저앉게 됩니다.
팽이는 주저앉기 전에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인간의 마음 역시 이와 같다.
때때로 마음은 영혼과 육체, 본성과 본능의 격전장이 됩니다.
이때 만약 마음이 균형을 잃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내면의 질서는 무너져 신체의 조화는 깨지고 결국 육체적 병으로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육체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다만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돌진할 뿐입니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은 마음이라 부르는 운전자입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자동차를 모는데, 신호등이나 장애물에 개의치 않고 내달리기만 한다면 결과는 어찌 될까요? 마음이 영혼의 신호등을 무시할 때, 육체는 붉은 신호등 아래 질주하는 자동차와 같은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마음은 영혼과 육체의 중간자인 동시에 둘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입니다.
인간이 처음 이 땅에 태어났을 때 마음의 통로는 말끔히 비워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물질과 맞물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마음의 통로에 쌓아두는 물건이 늘어납니다.
살면서 무의식적으로 생겨나는 탐욕과 집착, 고뇌와 슬픔, 억압과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마음들이 영혼과 육체를 이어주는 마음의 통로를 막는 장애물입니다.
통로는 비워져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부정적인 마음은 물론, 아무리 좋은 마음이라도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과도하게 마음을 쓰면, 영혼과 육체를 잇는 마음의 통로가 막히게 됩니다.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마음이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영혼과 육체의 조화는 깨지고 인체는 스스로를 정비하기 위한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됩니다.
영혼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육체로 이행되는 내면체의 순환경로는 흐르는 물과 같이 정화와 재생산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통로가 좁아져서 영혼과 육체가 소통하지 못하는 사태로 발전하게 됨에 따라 중간에 고인 물이 썩어가는 현상과 같은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인체의 이러한 비상사태의 선포가 육체적 질병입니다.
부정적인 마음, 마음의 과다한 사용은 영혼과 육체를 잇는 통로를 막을 뿐만 아니라 육체를 병들게 하고 영혼의 빛마저 어둡게 만든다.
마음의 상태는 육체에 그대로 반영이 됩니다. 바로 기氣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마음과 육체가 상호 간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氣는 일종의 생체 에너지입니다. 인체 내의 모든 세포들은 혈액으로 공급되는 영양소와 산소 외에 이 보이지 않는 생명활동 에너지인 생체 에너지를 공급받아 생명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생체 에너지인 기氣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다면 해당 세포는 시들어 병들게 마련입니다. 동양의학의 침술이나 뜸은 인체 내 기氣의 흐름을 원활히 함으로써 병을 치유하는 방법입니다.
기氣는 마음에 따릅니다. 따라서 마음의 상태는 인체 내 기의 흐름과 분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밝고 긍정적인 마음은 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반면 어둡고 부정적인 마음은 기의 흐름을 끊거나 흐름을 방해합니다.
이기적인 생각과 배타적인 행동은 기의 분포와 순환을 저해하고, 반대로 남을 배려하는 생각과 이타적인 행동은 기의 분포와 순환을 촉진합니다.
기의 순환이 원활하면 육체는 건강하고 기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 병이 옵니다.
내면에 흐르는 기의 통로가 막힌 데서 오는 기 부족과 탁한 기의 적체는 질병의 직접적인 요인이 됩니다. 실례로, 뇌졸중은 기의 막힘으로, 만성피로증후군은 기의 부족으로, 암은 기가 탁해짐에 따라 생기는 대표적인 질병들입니다.
병은 단순한 기능 장애가 아닙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달라는 생명의 위험 신호입니다. 육체의 이상은 곧 마음의 상태를 암시합니다.
마음의 상태가 곧 기의 상태를 결정하고, 결국에는 육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옛 선인들은 마음과 기의 상관관계와 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음과 몸을 하나로 여겼고(心身一體),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건강을 지키는 수신修身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부정적인 마음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
이처럼 외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발병 원인이 보이는 육체가 아닌 그 너머의 보이지 않는 내면의 문제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은 그 무엇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병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마음입니다. 마음이 병을 부르고, 마음이 건강을 지킵니다. 그렇기에 병을 만드는 것이 자신이라면 병을 고칠 수 있는 것 또한 자신입니다.
그렇다면 병을 근원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마음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병을 부르는 마음이 아닌 건강을 부르는 마음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또한, 허물어진 내면의 질서, 생명의 질서를 다시 회복시켜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생명활동에 필수적 에너지인 기氣가 원활히 소통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병을 근원적으로 치유하려면
병을 근원적으로 치유하는 데는 기氣가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기氣는 그 특성상 보이는 육체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과 정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가 있으며, 육체와 마음, 물질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결해주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질병이라 불리는 심신의 부조화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데 탁월한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또한, 기는 자체 안에 정보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그로써 신체의 모든 부조화와 역순환을 바로 잡아 줍니다. 흐트러진 몸과 마음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르게 돌려놓을 수 있는 것은 기밖에는 없습니다.
기氣의 이러한 성질 때문에 선인들은 성명쌍수性命雙修라 하여 기氣 수련을 함으로써 육체적 건강과 보이지 않는 마음을 아울러 갈고 닦아 인간완성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이렇듯 기氣 수련은 기의 순환과 내면체, 마음 등에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빠른 시일 내에 병을 근원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기氣를, 어떤 방법으로 수련하는가에 따라 그 효능은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선인仙人들은 기를 생활화하였고 좋은 기와 나쁜 기를 구분하였습니다. 양택의 중요성을 믿었고 음택의 조건을 따졌기에 생기가 뭉쳐있는 명당을 찾아 발복發福하고 건강과 부를 누리고자 했습니다. 현대인들도 양질의 생기를 찾아 지기地氣를 밟는데 이것을 등산이라고 합니다. 도시의 땅은 탁하고 죽은 기氣이기에 아직 생기를 간직한 산을 찾아가서 기를 받는 것입니다.
이렇듯 기氣가 좋다고는 하지만 모두가 다 같은 기가 아닙니다. 기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고 그중에서도 물질계의 기氣는 모두 다 지기地氣에 속하므로 효능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천기天氣는 생명을 창조하는 기로서, 병의 치유에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